[홍영식의 데스크시각] 물이 오염됐는데 고기만…

입력 2016-03-14 17:50   수정 2016-03-28 11:34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물갈이. 총선철만 되면 여의도 정가를 달구는 말이다. 정치권은 물갈이 비율이 ‘개혁의 척도’가 되는 것처럼 여긴다.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반감을 의식한 것이다. 한국갤럽의 지난해 10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지역구 의원 교체를 원했다.

15~19대 총선 초선 의원 당선자 비율은 평균 48.6%로 절반에 가까웠다. 현 19대 국회 출범 때 초선 의원 비율은 49.3%(전체 300명 중 초선 148명), 17대 총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은 71.1%(108명)를 차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하원 초선 의원 비율은 13.8%, 상원은 13%다. 물갈이율을 개혁의 한 척도라고 한다면 한국 국회가 미국보다 ‘선량’들이 훨씬 많아야 하고, 의회는 선진화돼야 한다. 과연 그런가. 선거 때마다 변화 열풍으로 국회의원 절반가량이 물갈이되고, 새 피가 대거 국회로 진출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절반 가까이 물갈이 되지만…

17대 국회 때 국가보안법, 사학법, 과거사법, 신문법 등 4대 입법 논란으로 여야는 4년 내내 싸웠다. 18대엔 최루탄·挽蛋믄?오명을 입었다. 19대엔 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주요 법안 하나 처리하려면 ‘법안 주고받기식’ 흥정은 다반사였다.

공천 과정에서 계파 싸움, 원칙과 이념에 관계없는 연대 추진 등 정치 후진성은 20대 총선을 앞두고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8·19대 국회 출범 전 벌어졌던 친박(친박근혜)과 비박 간 공천 다툼이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 18대 총선 땐 친박이 이른바 ‘공천 학살’을 당했고, 19대 땐 비박이 칼날을 맞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엔 더 치열하다. 살생부, ‘김무성 죽여’ 같은 막말, 음모론 등이 횡행하면서 ‘새누리당’이 아니라 ‘헌누리당’이라는 소리마저 듣고 있다.

표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약속은 골방에 처넣어도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13일 국민회의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이미 망하고 죽은 야당의 사망선고일이자 진정한 야당이 태어나는 생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했다.

'사망한 정당'과 "손잡자"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월3일 더민주를 탈당하면서 “계파이익에 집착하는 패권정치의 틀 속에 주저앉아 뻔한 패배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라고 했다.

두 사람은 ‘망한 야당,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고 규정했던 더민주와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맞서고 있다. 안 대표와 천 대표, 김 의원은 힘을 합쳤지만 공천 지분 문제, 당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천 대표와 김 의원은 이른바 ‘안풍(安風)’이 기대만큼 세지 않자 ‘어깨동무’를 풀려고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자격 없는 의원들은 당연히 걸러내야 한다. 관건은 누구를 위한 물갈이냐이다. 정치는 얼굴로 하는 게 아니다. 친박-비박, 친노(친노무현)-비노 계파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의원들은 4년 뒤 ‘헌 피’가 돼 물갈이 대상이 될 게 뻔하다.

물은 오염됐는데 고기만 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사에 ‘정치 9단’들이 명멸했지만 정치 구습은 타파되지 않고 있다. 정치판에 ‘정치 알파고’라도 투입해야 하나.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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